그리움..시(詩)

가지 않을 수 없던 길 /도종환

가을달님 2004. 10. 20. 15:29
    가지 않을 수 없던 길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또 어떤 길은 정말 발디디고 싶지 않았지만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여기까지 온 것이다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