가을에는 / 박영길
가고파라
먼 산 들녘 길로
강물 따라 흘러 흘러
지는 해 노을 위에 詩를 뿌리며
바닷가에 서고파라
산을 만나면
눈물의 골속에 잠겨
꺼억꺼억
짐승같이 울어도 보고
목잘린 이삭들이 그립게 차려놓은
가을 들녘에 밥상을 놓고
주린 넋을 달래주는 지평 위에 눕고파라
속 검은
터널 속을 빠져 나온
찌든 피 한 방울 강물에 놓고
퍼져 가는 가을 연정을 쫓아
단풍노을이 지는 바닷가에서
하나 둘 피어나는 별빛 속에 맺힌
둥그런 달을 품고 돌아 올
머언 길, 가을 길을 가고파라.